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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작나무의 노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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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강원닷컴 박선중 시민기자
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3-12-28 17: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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백석

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
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
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
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
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

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 제목의 ‘백화(白樺)’는 껍질이 흰 자작나무를 가리킵니다. 영화 ‘닥터 지바고’에 나오는 시베리아의 광활한 자작나무 숲이 떠오르는군요. 눈부신 설원의 은빛 장관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. 아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원 산간에서만 볼 수 있지요. 인제 자작나무숲은 1990년대 초부터 인공림으로 키운 것입니다.

백석은 이 시에서 산골집과 장작과 박우물 등 모든 게 자작나무라고 노래했습니다. ‘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’은 어디일까요. 그가 이 시를 쓴 장소는 함경남도 함주군입니다. 남동쪽으로 동해가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 평안남도와 경계를 이루는 이곳은 산지마다 자작나무숲이 울창한 지역이지요.

자작나무는 시베리아와 만주, 한반도 북부 지역의 혹한을 얇은 껍질로 견딥니다. 흰 껍질이 여러 겹이고 기름 성분이 풍부해서 나무의 속살은 얼지 않죠.

윤기 나는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집니다. 기름기가 많아 불을 붙이면 오래가지요. 신혼 방을 밝히는 화촉(華燭)이나 결혼식에 쓰는 화혼(華婚)이 여기서 온 말입니다. 자작나무 껍질로 호롱불을 밝히면 밤새 불타는 소리가 ‘자작자작’ 난다고 합니다. 이는 자작나무 이름의 유래이기도 하죠.

옛날엔 종이를 대신해 자작나무 껍질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썼습니다. 그런데 찬송가에는 자작나무 한 그루를 해로 들고 야외 합주가라도 하는 듯한 생생한 향수가 남아 있습니다. 이제는 경작지로 변한 함주의 자작나무숲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고 싶습니다.

강원닷컴 박선중 시민기자

기사 작성일23-12-28 17:16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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